당근의 생활/생각

인간은 전자양을 원하는가?

당근천국 2016. 8. 19. 15:00

몇 년 전에 황우석씨가 동물복제 쪽에서 일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과학계에서 퇴출당했는데 가능한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애완동물 복제는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부자들이 자신의 애완동물이 죽으면 복제를 해서 키운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료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혼은 DNA인가? 교감을 통한 인지인가?"

 

 

이 글에서 말하는 영혼은 종교나 철학적인 개념의 영혼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대상을 볼 때(여기서는 동물)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말합니다.

같은 영혼이라는 것은 A와 B가 있을 때 A, B를 같은 대상으로 여긴다면 '같은 영혼이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기준에서 자아를 가졌다고 판단되면 '영혼이 있다'라고 보는 것입니다.

 

질문의 시작

 

딥 러닝(deep learning)이 이론에서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딥러닝을 통해 바둑을 배운 알파고( AlphaGo )

 


반려동물이 태어나면 IoT 목줄을 채워준다.

이 목줄을 통해 동물의 모든 정보(행동, 경험, 건강상태 등)를 기록한다.

이 동물이 죽으면 머신런닝을 통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AI를 로봇 동물에 넣는다.

 

 

행동 복제

이렇게 만들어진 로봇은 반려동물이 살아있을 때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하게 됩니다.

사람과 나눈 교감, 훈련, 싫어하는 행동까지도 똑같을 겁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더 쌓이기 때문에 키우던 동물과 점점 비슷해지고 더 나아가 키우던 동물이 살아있다면 이렇게 변했겠다고 할만한 행동까지 하게 됩니다.

 

인간 입장에서는 마치 영혼이 복제되어 로봇에 들어간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사용자가 원한다면 일부로 동물의 성장주기에 맞춰 데이터를 교육함으로서 키우던 동물이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도 할 수 있습니다.

 

동물 복제

동물 복제는 임의로 일란성 쌍둥이를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렇기 복제된 동물은 DNA만 같을 뿐 완전 다른 객체가 됩니다.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가치관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같은 환경에 있어도 비슷한 생활을 하게 될지 아닐지도 불확실합니다.

(일란성 쌍둥이에 대한 연구는 많으니 찾아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 복제된 동물은 키우던 동물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더라도 원래 키우던 같은 개라는 느낌을 받기 힘들 가능성이 큽니다.

성격이 비슷할 수는 있지만 똑같을 순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복제를 의뢰한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죠.


쌍둥이 키우기

이런 가정을 해봅시다.

내가 키울 반려동물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한 마리를 냉동 수면에 빠트리고 다른 한 마리는 키웁니다.

키우던 동물이 죽으면 냉동 수면에 있던 동물을 깨워서 키웁니다.

결과적으로 동물복제나 냉동 수면이나 같은 결과를 가지고 옵니다.

 

같은 유전자의 동물이 다시 앞에 나타나는 겁니다!

동물복제와 똑같죠.

 

 

현실적인 이야기

일단 딥러닝을 통한 영혼복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이야기를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바꿔봅시다.

현실에서의 동물 복제

6번째 날이라는 영화를 보면 죽은 애완동물을 복제해주는 업체가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는 뇌를 스캔하여 복제한 동물에 이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되려면 멀었습니다.

 

현실의 동물복제는 위에서도 설명한 것 처럼 일란성 쌍둥이를 만드는 게 한계입니다.

뇌를 이식하는 건 윤리적인 문제만 아니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건 사고로 육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만 가능한 방법이고 노환으로 죽는다면 뇌도 노화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동물복제는 육체만 복제되는것을 전제로 합니다.

 

현실에서의 영혼 복제

살아있을때의 모든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가상공간에 키우던 동물을 만드는 건 지금 기술로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포토신스라는 서비스를 보면 인터넷상에 공개되어 있는 사진들에서 원하는 부분을 추출하여 실사로된 3D공간을 만드는 서비스입니다.

(참고 : 포토신스를 통해서 보는 미래의 검색엔진)

 

이 이런 서비스와 딥러닝을 합쳐 3D모델을 만드는것 이 가능합니다.

이 3D 모델을 일반적인 3D 모델이 아닌 실사에 가까운 모델이 될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작업들을 위해서 사람이 수작업해야 했지만 이제는 컴퓨터로 가능한 시대입니다.

( 참고 : Jiwon Kim - 머신 러닝을 사용한 사진 복원, Waifu2x -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이미지 확대 하는 서비스 )

즉, 미리 자료를 쌓아두지 않아도(=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의 죽음) 생전의 모습을 가상공간에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위에서 만든 AI를 넣게 되면……

말 그대로 죽은 동물이 화면 안에서 살아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물을 VR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같이 뛰어놀 수도 있고 AR을 통해서 현실 공간에서 같이 노는 것이 가능합니다.

 

vr로 만들어진 가상 공간에서 놀기

 

 

AR로 현실에서 놀기

 

하지만…..아직 촉감은…..-_-;;

이건 먼 미래도 아니고 자원만 충분하다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부분 장비와 기술이 만들어진 상태고 어떻게 설계하여 어떻게 데이터를 쌓아 딥러닝을 시키느냐만 남은 문제죠.

이런 대규모 정보를 한번에 훈련시킨 경험이 별로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혼 복제 vs 육체 복제

결국 인간은 딥러닝으로 만들어진 로봇은 영혼만 복제되었다고 느낄 것이고 복제동물은 육체만 복제되었다고 느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기술로는 근미래에 가능한 경우는 2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내가 키우던 동물과 똑같이 행동하는 로봇

2. 내가 키우던 동물과 똑같이 생기고 비슷하게 행동하는 동물

 

이렇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나의 결론

저는 자신이 키우던 동물을 대체하기 위해 다른 동물(혹은 로봇)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자아를 가진 누군가(동물이던 사람이든)를 1:1로 대체한다는 건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누군가 내가 죽었는줄 알고 대체품을 만들어서 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그래서 저의 조언은 완전히 새로운 동물을 키우라는 것입니다.

죽은 동물은 나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간 동물입니다.

내가 만약 죽었을 때 나를 좋아해 주던 사람들이 슬퍼 만 하고 있다면 그게 더 고통스럽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나의 대체품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거나 대체품을 보며 나를 생각한다면 미안하지 않겠습니까?

 

 

엔지니어로서 결론

위에서 말한 건 제 윤리적 관점에서 말한것이고 엔지니어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나마 AI가 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는 나와 동물이 경험했던 교감을 교육받았기 때문에 동물을 복제하려는 목적에 부합합니다.

심지어 교감 정도가 아니고 살아있던 행동을 그대로 할 것입니다.

그리고 AI자체가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영혼이 있는 것 처럼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인 복제동물보다도 피해도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제동물은 dna만 같을 뿐 완전 다른 객체입니다.

우리가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복제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다 다른 객체인 만큼 자신에게 다른 동물을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상처가 되겠죠.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복제된 인간이 어느 정도의 복제 전 기억을 가지고 원본 인간과 다른 생활을 한다.

원본 인간과 복제 인간의 성격이 꽤 다르게 묘사된다.

 

이건 떠난 연인의 대체품으로 다른 사람을 사귄다거나 죽은 아이를 잊지못해 아이를 입양해 죽은 아이와 같은 취급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윤리적으로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죠.


 

마무리

사실 이 문제는 관점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관점

철학적인 관점

종교적인 관점

윤리적인 관점

등등

 

저는 이 포스팅에서 기술적인 관점에서 한 이야기를 주로 한 것입니다.

(중간에 윤리적인 관점도 조금 있었지만 ㅎㅎㅎ)

 

저는 위에서도 말했지만 제3의 동물을 키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AI입니다.

 

저는 사람이 다른 객체를 느끼는 것은 교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이 교감에 대한 기억이 나와 다른 객체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억'이 없다면 완전히 다른 객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모든 기억이 다 지워진 사람이 있다면 이전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다른 인물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미입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과 교감한 기억이 모두 지워졌기 때문이죠.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억만가지고도 이 사람의 영혼을 느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영혼을 느끼지 못할 만큼 기억이 지워진 것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이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죠 ㅎㅎㅎㅎ